1

지금 현재진행형이라 무섭다.




2

역시 낮에는 아무도 안오나.
친구도 일한다고 전화 안 받고...
어이~ 누구 없어?




3

나라도 좋다면 들어줄께.





4

우와!! 들어줘!
누구랑 이야기하지 않으면 미칠 거 같아.





5

지금 스토킹을 당하고 있어.
오늘 아침 10시부터 메일 100통 정도 오고 있다.
전화도 30통 이상 걸려왔다.




6

상당히 심한데.
좀 더 상세한 설명을 해줘.





9

만났을 때부터 이야기할까.
내가 일하는 직장에는 도둑고양이가 자주 드나들었어.
그래서 나는 사장님 명령으로 점심 시간 후에
고양이들한테 먹이를 나눠주곤 했지.




11

2개월 정도전이었나.
그 여자가 우연히 그 앞을 지나가다 나한테 말을 걸었다.
내가 고양이랑 놀고 있는 모습이 즐거워보였던 모양이다.




12

고양이 좋아해요?
이 말을 시작으로 말을 트기 시작했다.
성격이 밝고 얼굴도 예쁜 여자였다.




13

헌데 이것이 악몽의 시작이었다...




19

어느날은 그녀의 손등에 붕대가 감겨 있는 걸 보고
어째서 이러냐고 물어보니
 근처에 사는 고양이한테 긁혔다고 말했다.
고양이 발톱에 긁히면 상처가 붓기도 하니까 말야.
그 날은 그렇게 지나갔다.




21

그리고 1주일 정도 모습을 볼 수 없었다.
그때까지는 거의 하루 간격으로 얼굴을 보곤 했기 때문에
조금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그러다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손에는 여전히 붕대가 감겨 있었다.
본인이 말하길 염증이 생겼다고 했다.
당시에는 별 의심없이 아팠겠다는 말밖에 안했다.




23

지난 주 낮에 이야기를 나누던 중

[함께 식사라도 어떄요?]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솔직히 나도 한번 권해볼까...
이런 생각하고 있던 참이라 조금 기뻤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거절해야 했는데...

그날 저녁 6시에 만나기로 약속했다.




25

할 일이 너무 많아 전화로 약속 시간을 1시간 미루면 안되냐고 물어보니
괜찮다고 했기 때문에 약속 장소에 1시간정도 늦게 도착했다.
그러자 그녀는 내게 화를 냈다.

여자 [늦었잖아욧!]

나 [에? 전화했잖아.]

여자 [그런 뻔히 보이는 거짓말은 아무래도 좋아요!
        다음부턴 주의하세요!]
       
이때부터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당시에는 별 신경 쓰지 않고 식사하러 갔다.

그 후 내차로 그녀의 집까지 바래다 줬는데,

여자 [잠시 들러다 가지 않을래요?]

나도 남자니까 말야, 그대로 호의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28

그녀는 부끄러워하면서

[처음 봤을 때부터 좋아했어요.]

그렇게 말했다. 나 역시 그녀에게 호감이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결국 그 자리에서 사귀기로 결정했다.

한동안 이야기를 나누면서 즐겁게 지냈다.
그러다 내 한마디에 그녀가 갑자기 변했다.





32

나 [그럼 오늘은 얌전히 돌아갈께. ww]

이 한마디에 그녀의 표정이 험해졌다.
그리고 큰소리를 쏟아 내기 시작했다.

[어째서?!!]
[당신도 내가 싫은 거야?!!]
[야한 일 하고 싶잖아?!]
[계속 옆에 있어줘.]

여러가지 말을 했지만, 지금은 기억 안난다.
나는 입을 쩍 벌린 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34

>>32

이건 위험한 냄새가 엄청나게 나는데....




35

그 이후로 스토커로 변한 거야?




36

좀 무서웠지만, 이런 성격도 있는거라 생각하기로 했다.
난 적당하게 노는 것처럼 사귀는 건 싫으니까
앞으로 천천히 관계를 늘려가자고 말했다.
그리고 야한 일은 하지 않았지만, 그대로 하룻밤을 같이 보냈다.

다음날 회사에서 일하고 있던 중 같은 사무실에 일하는 여자가
평소 함께 다니는 여자가 왔다고 전해줬다.
서둘러 나가보니 그녀가 내 도시락을 싸왔다고 말했다.

쑥스러운 듯한 표정의 그녀가 너무 귀여웠기 때문에,
난 고맙다고 말하며 도시락을 받았다.





37

>>36

좋은 여자잖아.




38

>>37

그렇게 생각할수도 있는 건가.




39

넌 지금 크레모어에 연결된 인계철선을 건드렸어.




41

그리고 2시간 후 또 사무실 여자가 날 불렀다.
그 애가 또 와있다면서...

어리둥절해 하면서도 그녀에게 가보니
이번엔 디저트를 가져온 듯 했다. 이에 나는,

[고마워. 그런데 지금은 일하는 중이니까, 나중에 집에서 같이 먹자.]

그렇게 설득하니 집에 돌아갔다.
하지만 다음날 또 왔다.




44

계속 이러면 회사 사람들에게 폐가 될 것 같았기 때문에,

[기쁘긴 하지만, 이렇게 자주 올 필요는 없어.]

[지금 상당히 중요한 일을 하고 있거든, 좀 바빠. 미안.]

이때 처음으로 그녀의 뒷모습을 체험했다.

어라~ 하는 사이에 머리에 통증이 밀려들었다.
그렇다. 나는 도시락 상자로 얻어 맞은 것이다.
게다가 딱딱하기 그지없는 보온 도시락.





46

그여자는 >>1의 집 주소 알고 있어?




49

거기다 한번이 아니라 계속 때렸다.
숨을 거칠게 내쉬며 도시락 상자를 휘둘렀다.
회사 앞에서 말야.

회사 사람이 그녀를 보고 급히 달려와서 멈춰줬지만,
그녀는 소리를 지르면서 멈추지 않았다.

[나는 당신을 좋아하는데! 이렇게나 좋아하는데!]

그렇게 소리치면서.






50

>>46

....응.





53

그녀가 가진 트라우마의 원인이나 가족 구성에 대한 건 몰라?




58

맞은 곳이 좀 찢어졌는지 피가 나오기 시작했다.
주위 사람들도 떠들기 시작하고, 큰소란으로 번졌다.

경찰을 부르잔 말도 있었지만, 일단 그만두게 했다.
일에 지장이 생길수도 있으니까.
거기에 여자 한명 정도는 스스로 알아서 할 수 있단 생각도 있었고.

그녀도 20분 정도 날뛰고 나자 진정됐는지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그래서 일단 집으로 돌려 보냈다
나는 치료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몰랐지만 나중에 회사 동료가 알려주길

[모습이 안보이게 될 때까지 몇십번이나 뒤돌아보더라구.]

이건 좀 무섭다고 생각했다.
밤에 만나서 헤어지자고 말하기로 했다.
부엌칼 같은 걸 가져오면 무서우니까
회사 동료랑 함께 만나기로 했다.




62

분명 소리지르며 날뛸 거라 생각했는데.
그녀는 평상시 그녀와 다를 게 없었다.
헤어지자고 말했을 때도,

[응. 알았어.]

어이없을 정도로 간단하게 납득했다.
그리고 돌아가버렸다.

헌데 한밤중에 전화를 걸어선,

[외로워요. 외로워. xx씨, 어째서 헤어지잖거에요.]

이렇게 말하는 거야.

>>53

잠깐 기다려봐. 가족에 대한 이야기도 할테니.




66

나도 스토킹 당하고 싶은데.




69

>>66

스토킹 당하고 싶은 사람은 스토커가 안 달라붙는구나.
역시 세상의 밸런스는 절묘해.




70

난 그녀의 말에 화가 났다.

[시끄러! 네 그런 점이 싫어졌어! 이제 전화하지마!]

그러자 그녀가 울면서,

[미안해요. 이제 안할테니까.]

난 그대로 전화를 끊고 잤다.
다음날 출근해서 회사 동료들에게 어제 일에 대한 사과를 했다.
회사 분위기는 평소랑 다를 게 없었다.

점심 시간이 끝날 때까지는....
처음에 내가 고양이 먹이를 주고 있다고 썼지?
바로 그 고양이가 표적이 되었다.
고추를 엄청나게 넣은 음료수를 고양이들이 자주 오는 곳에 놔두거나
다리를 절름거리는 고양이도 나왔다.




71

고양이에게 손을 대다니!!
용서가 안되는데!!




73

고양이한테 무슨 짓이야!!!




74

고양이가아아아아아!!!!




76

고양이한테 손을 대다니...




78

너희들 고양이 왜 이렇게 좋아하는 거야. wwwwwwwwwwww




79

물론 그녀가 했다는 증거는 없다.
하지만 그녀의 짓이라 생각된다.
이걸 공개적으로 떠들면 큰소란으로 번지니까
우선 사장님에게 상담하기로 했다.

사장님은 우리 아버지의 친구셨는데,
어렸을 때부터 나를 친자식처럼 돌봐주셨다.

상담 결과 우선 그녀의 부모님이랑 이야기해보란 말을 들었다.

드라이브 도중 이 앞이 부모님 집입니다. 라는 말을 들은 적 있기에
그 근처 문패를 일일히 확인한 뒤 찾아냈다.





83

그날밤 나와 사장님은 그녀의 부모님네 집에 들이닥쳐
그간 있었던 사정을 설명했다.

그러자 어머니가 통곡, 아버지는

아버지 [...또...입니까.]

나 [또?]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녀는 고등학교때 심한 괴롭힘을 당한 듯 했다.
그 이후 그녀에게 다정하게 대해주는 사람들에게 매달려서
소란을 일으키는 일이 많았다고.
그녀의 행동에 화가 나기도 했지만
그 말을 듣고 나자 왠지 조금 불쌍하단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사장님이,

사장님 [불쌍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네가 할 수 있는 건 없어.]

과연 사장님, 말도 안했는데 이미 간파하고 있었다.
그녀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사귀는 남자들을 대상으로
비슷한 일을 연이어 계속 했던 것 같다.
고소를 당할 뻔 한 적도 있다던가.




85

사람 정신이 망가지려면 그만한 사연이 있는 법이니까 말야.




88

사장 말이 맞아.
네가 할 수 있는 건 없으니까, 혹여 불쌍하다 생각하지마.




89

사장님이 집까지 바래다 주셨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고 있던 중 그녀가 맨션앞에 서있는 게 보였다.

결국 그날은 사장님 집에서 묵게 되었다.

다음날, 마치 스파이마냥 조심스럽게 집으로 돌아왔다.
그녀는 보이지 않았다. 무서웠다 생각하면서 욕실에 들어가 있던 중,

[띵동.]

진심으로 말도 안된다고 생각하면서 떨었는데.
진정하고 살펴보니 친구가 온 거 였다. w




90

친구가 집에 들어와서 한 첫마디가,

친구 [너 알고 있었어?]

나 [뭐?]

친구 [몰랐나...그럼 진정하고 내 말 잘 들어.]

나 [...설마...여자가...]

친구 [응, 맨션아래에서 만났어. 네 친구라면서 방번호를 묻더라고.
        난 그 사람도 모르고, 여기 사는 사람도 아니라고 둘러댔지만.]

난 입을 다물었다.
그녀는 맨션에 들어가는 사람들한테 내방주소를 물어보고 있었다.





91

우와, 등골이 서늘해졌어.




92

으헉, 크헉. 후덜덜덜덜덜덜.




93

온다....반드시 온다....





94

스토커의 행동력은 장난이 아니구나.




95

진짜 무서운데.




97

너 때문에 오늘 혼자 화장실 못가게 됐잖아.




98

이사할 생각으로 친구랑 상담을 하던 중,


그녀가 왔다.

탕탕탕! xx씨! 문열어줘!

너무 무서워서 경찰을 부르려고 했지만....
전날에 들은 이야기가 생각나 차마 부르진 못했다.
이사할 때까진 참아야 겠다고 생각했을 뿐.
다행히 이웃집 한쪽은 빈집에 다른 쪽은 밤에 일을 나가니까 괜찮았다.




100

>>1

어째서 그렇게 불안정한 여자를 부모는 그대로 방치하고 있는거지?
병원에 가지 않으면 이 상태가 더 심해질거라 생각해.





101

그 여자는 누구 닮았는데?





106

우선 친구한테 연락해서 집에 와달라고 했다.
오는 도중 그녀가 눈에 띄지 않으면 방에서 나가기로 계획을 세우고
서둘러 가방에 옷을 담은 뒤 한밤중에 도망쳐 나왔다.

>>100

그녀의 부모님 중 아버지한테 병이 없어서
딸을 병원에 보낼 돈이 없었던 거 같아.
그녀는 현재 독신생활중인데, 숙부네 빈집에서 살고 있어.
생활비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잘 모르지만.

>>101

그, 한국 여배우.
전지현인가? 비슷해.





109

현재 일은 쉬고 있어.

어제 사장님이 한동안 쉬라면서 휴가를 줬어.
사장님, 평생 따라가겠습니다.




111

일단 쉬는 게 좋아.
그렇게 큰일 겪은 뒤엔 더더욱.




114

좋은 사장이라서 다행이다.





121

그리고 3일 뒤에 집에 가봤다.
우편함에 편지가 20통 정도 들어가 있었다.
조금 무서웠지만 호기심에 편지를 뜯어봤다.

안에는 미안합니다. 이제 안할께요. 다시 만나주세요.
20통 전부 비슷한 내용이 적혀 있었다.
게다가 피가 묻어 있어.

섬찍한 느낌에 몸서리 치던 중,
문득 그녀의 손등에 감겨 있던 붕대가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식사하러 갈 때 필요이상으로 손을 긁고 있었지.
너무 심하게 긁는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고양이에게 긁혔다는 것도 거짓말 이었던 건가.
그녀의 부모님이 말했던 자해 행위란 게 그거 였던 거야.




125

으어....밝혀지면 밝혀질수록 무서워....





126

난 무서움 같은 건 거의 타지 않는 편으로
그녀에 대한 것도 무섭다, 무섭다 말을 그렇게 했지만
기실 내심 즐기고 있는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편지를 본 순간 두려움이 단번에
현실이 되버려서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이제 더이상은 무리였다.
결국 그날 이사하기로 결정했다.
가구 같은 건 다음에 가져 가기로 하고
나는 집에서 나왔다.





128

그대로 맨션을 나와 차를 타려고 주차장에 나오니





그녀가 있었다.




130

도망쳐어어어어어어어어!!!!




131

이건 드라마화 결정이다. wwwwwwwwwwww





135

무서워, 젠장.




139

큰일났다!!!!

....라고 생각했는데, 그녀는 생각 이상으로 축 쳐져 있었다.

[미안해요. 폐를 끼쳐서....
 저...옛날부터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서....
 xx씨를 만나고....상냥하게 대해주셔서 기뻤어요...]

그 말에 나는,

[아니, 괜찮아. 이제 더 이상 안하면 되지, 뭐.
  내 말 오해하지 들어. 병원에서 상담같은 거 해보는 게 어때?
 딱히 네가 이상해서가 아니라, 그쪽이 감정 조절하기 편할거야.
 집이 어려워서 못간다면 내가 돈을 일부 내줄수도 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좀 바보같은 소리를 한 거 같아. w





145

그리고

[나 일 때문에 이사하기로 했어. 이제 돌아오지 않아. 그러니까 건강해.]

이렇게 말하며 차에 타니까 그녀가 차를 발로 찼다.
잠깐 기다려. 너 아까 까진 얌전했잖아. wwwww

그 이후로는 전화와 메일의 폭풍우가 계속 되고 있다.
착신 거부는 간단하지만, 내가 거절하면 다른 사람한테 갈 거 같아서.
무섭긴 하지만 회사에는 나타나지 않으니까 진정될 때까지
참아볼 생각이야.




149

착신 거부는 간단하지만, 내가 거절하면 다른 사람한테 갈 거 같아서.

무서울 정도로 호인인데.




152

경찰에 전화하는 건 간단하지만,
애초에 죄가 거론할만한 건 없어.
스토커로 인해 큰 피해를 입은 것도 아니고
굳이 따지자면 내가 얻어 맞은 것 정도일까.
더구나 그렇게 되서 그녀가 더더욱 이상해지면 어떻게 해.
그러니 내가 조금만 참으면 되겠지...

사장님한테 이렇게 말했더니
너 진짜 바보구나. 하면서 웃으셨다.

































=================================================================







BGM입니다.


================================================================




153

병원비를 내가 대신 내주겠다고 하는 건 좀 이상하려나?




154

>>152

네 마음은 알 거 같아.





155

>>153

그만두는 게 좋아.
한번 도와준다고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니고
평생 돌봐줄 수도 없잖아?





156

>>1

네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네가 나서면 안된다고 생각해.





157

>>155

평생 돌봐주겠단 생각은 없지만....
이대로 놔두려니 마음에 걸려.





158

>>1

긴 이야기해줘서 고마워.
하지만 어중간한 상냥함은 그녀에게 독이 될 뿐이야.




160

나도 한마디 하지.
그만 둬.
가벼운 마음에 건드렸다간 똑같은 상황을 반복한 뿐이야.





162

공연한 참견에 불필요한 짓으로 보일지도 모르지만...

병든 사람은 누군가가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해.
인생엔 괴로운 일도 많지만, 즐거운 일도 많잖아?
헌데 마음이 병든 사람은 그런 걸 즐길 수 없으니까.
내가 조금 도와주면 그녀도 인생을 즐길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

거기다 이상해지기 전까지 그녀는 정말 일등 신부감이었어. w
정말 좋은 여자였다구....




164

>>1

당신의 행복을 위해서 되도록 빠른 결말을 짓는 쪽을 추천합니다.




165

>>1이 너무 좋은 사람이라서 울었다.




166

>>1

분명 그런 사람을 보면 동정이 가지.
하지만 난 >>158의 의견에 동의한다.
어중간한 각오는 두 사람을 괴롭게 할 뿐이야.




169

익명으로 돈을 내는 건 어떨까?
그녀의 부모님한테 돈을 건네주는 거야.




171

외모도 괜찮았지만, 그 이상으로 마음이 맞았어.
솔직히 외모같은 건 아무래도 좋아.




173
>>1이 배려에 눈물이 날 정도다.
하지만 동정이랑 애정은 구분해야 돼.
그녀를 진심으로 좋아한다면 손을 잡아주면 돼.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관계를 끊어야 해.




174

돈을 주는 걸로 상대에게 부담을 주는 경우도 있어.





176

이런 걸 밝힐 생각은 없었지만....
난 중학생때 친부모님이랑 동생을 사고로 잃었어.
그래서 지금 일하는 회사의 사장님이 날 키워주셨지.
당시 사장님이 날 거둬준 건 동정이었는지 몰라도.
많은 사람들이 힘을 모아준 덕분에
나는 이렇게 제 앞길을 닦을 수 있는 곳까지 올 수 있었어.
그러니까 보답을 하고 싶다고 해야 할까...





177

>>176

보답이라면 사장한테 해야 되잖아.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181

>>177

물론 사장님에겐 평생에 걸쳐 보답할 생각이야.
내 힘이 되준 사람들 전원에게도.
하지만 그걸로 끝나면 보답이 아니라고 생각해.
사장님이 이렇게 말했어.

누군가 너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도와라. 그게 나에 대한 진짜 보답이다.

일단은 사장님이나 다른 사람들이랑 상담을 해볼 생각이야.
여기 있는 모두도 의견 적어줘서 고마워.





183

사장이 너무 좋은 사람이야.





184

>>181

사장이랑 상담해봐.
우리들보다 너에 대한 걸 더 많이 알고 있을 테니까.

그런데 이 드라마는 언제 나와?





188

아참, 여담이지만 그때 그 고양이는 지금 사장님집에서
건강하게 뛰놀고 있다. w





190

그리고 메일 오는 것도 아직 안 멈췄어. w
배터리가 너무 빨리 떨어지는데...





192

>>190

이 스레 세우고 지금까지 몇통 왔어?





194

8통 정도네.





197

>>194

현재 진행형이었냐. www





199

메일 내용은,

[한번 더 만나고 싶습니다.]
[미안합니다.]
[만나고 싶습니다.]

화를 내는 것 같진 않은데.




200

>>1에게 조금이지만 여유가 생긴 것 같네.
힘내라.




201

현재 진행혔이었나...
힘들겠구만.
그보다 기운을 낸 거 같아서 안심했어. www




206

사장님한테서 전화 왔다.





209

사장 [바보자식! 그 녀석이 루팡이다!!]





213

사모님이 나랑 만나고 싶은 거 같아.
사모님이라고 해도 나한테는 어머니같은 분이지만.





214

>>1은 정말 축복받은 환경에서 사는 걸.





216

사장님, 사모님, 나 이렇게 3명이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
앞으로의 일에 대한 상담도 겸해서.

>>214

진짜 그렇게 생각해.
내 주위에는 온통 좋은 사람 뿐이고.





218

회사 후배가 메일을 보냈다.

[선배 빨리 복귀하세요. 미팅 약속 잡아두고 기다리겠습니다.]

이녀석...좋은 녀석이었구나...




219

몇년 전 TV에서 했던 외화 시리즈의 대사 중에

[단념해라, 넌 세계를 구할 수 없어.]

이런 게 있었어.
>>1은 자신이 할 수 있는 한도에서 행동하면 돼.
그 이상을 넘어선다고 해서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어.





221

>>219

죄책감이라고 할까....동정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건 나도 알아.
일단 병원에 가면 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기도 하고.
분명 무책임한 참견이란 것도 알지만....





223

이별을 두번이나 경험시키는 건 불쌍해.





224

>>1의 주위 사람들은 정말 좋은 사람들 뿐이네.





231

만역 이 스레가 계속 남아 있다면....
사장님이랑 상담한 거 보고하도록 할까?
또 다른 의견을 들을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일단 돌아올 생각인데.





233

물론.




237

상황이 진정될 때까지 계속 들러서 보고 해줘.
네가 없는 동안 스레 지키기는 내가 해둘께.





239

오늘 저녁 늦게 다시 돌아올꺼야.

지금까지 어울려 줘서 고마워!
그럼 밤에 보자!!!





256

잃은 물건이 있어서 잠시 집에 왔다.
아니 그것보다....너무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어서.....
잠시 머리를 식히려고 들어왔지만.....
지금부터 또 나가야 돼.





258

>>256

무슨 일이야?




259

설마 또 맞은 거야?




260

무슨 일인지 궁금한데.





268

갔다왔어.
잠시 진정할 겸 샤워 좀 하고 온다.




270

어서와.




271

기다렸어.




273

샤워 끝났다.
...그럼 뭐부터 이야기할까...





275

느려도 괜찮으니까 천천히 상세한 이야기를 해줘.




277

그럼 보고한다.
나도 여러가지로 혼란스러워서 뭐가 뭔지....
그래도 상황을 정리하고 싶으니까, 적어볼께.




278

우선 사장님 집에 갔다.

사모님이 집앞에 마중나와 계셨다.
만나자 마자 기운내라며 뜬금없이 격려 받았다.
조금 깜짝 놀랐지만 답례를 말한 뒤 집에 들어갔다.

거실에 가니 그녀의 부모님과 낯선 여자가 앉아 있었다.
거기서 난 굳어졌다.




281

낯선 여자는 그녀의 소꿉친구였다.

이전 그녀의 부모님 집을 방문했을 때 연락처를 교환했었는데,
그 뒤 부모님이 날 보고 싶다며 연락을 해온 듯 했다.
소꿉친구는 그녀랑 부모님 양쪽에게서 내 이야기를 듣고 따라 왔다.

사장님은 나한테 미리 이야기 했다면 오지 않았을 것 같아서
비밀로 했다고 말했다.
아니 그렇게 도망 먼저 생각하는 성격이 아니란 걸 아시면서. w




282

그리고 이야기가 시작됐다.

우선 부모님이 나한테 사과했다
그 후 소꿉친구가 여러가지 이야기를 해줬다.

나랑 그녀가 만난 날 그녀는 소꿉친구 집을 방문했던 것 같다
거기서 너무나 기쁜 표정으로

[오늘 정말 멋진 사람을 만났어.]

그렇게 떠들며 즐겁게 웃었다고 말했다.
나랑 만날 때마다 소꿉친구에게 이런 이야기를 전했다고.
여러가지로 세세한 이야기도 한 듯 했다.







283

그때 그녀가 자신이 감정 조절을 못하는 것에 대해
소꿉친구에게 상담한 끝에 병원에 가보기로 했지만
그녀에겐 돈도 없는데다, 그녀의 부모님이 말렸기 때문에...

그 시점에서 내가 그녀의 부모님에게 고함을 쳤다.

[어째서 병원에 가지 못하게 한겁니까!!]

부모님은 아무 말도 없었다.




284

난 진짜로 화가 났다.

[어째서냐고 묻고 있잖아요!!!]

그렇지만 부모님 아무 말도 없었다.




285

이 모습에 사장님도 화를 냈다.

[당신들 뭐하러 여기 온 겁니까! xx는 그런 짓을 당했는데도
 그쪽 딸을 걱정하고 있는데 친부모란 사람들이 대체 무슨 생각입니까!]

그러자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부끄러웠습니다.....]




286

나 [부끄럽다는 건...병원에 가면 다른 사람들 눈에 흉이 될 거 같아서?]

부모 [예....]

정말 오랜만에 뚜껑 열리는 소리를 들었다.





294

부모 [거기다 진료비도 비싸고.]

안된다, 이사람들. 이대로는 안된다.
그대로 침묵이 계속되었다.





298

소꿉친구가 우선 자기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말했다.

거기서 그녀의 과거 이야기도 듣게 되었다.
그녀가 지금껏 사귄 남자는 3명.
첫번째 애인과는 잘 사귀던 중,
남자가 전근을 가는 바람에 자연스레 깨지게 됐다고 했다.





300

두번째 애인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중
소꿉친구가 잠시 말을 끊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 물어보니. 그녀는 두번째 애인에게서
습관적으로 폭행을 당했다고 했다.

처음 그녀가 폭행을 당하고 있다는 걸 알고 소꿉친구가
헤어지라고 말했지만, 상냥할 때는 그녀에게 정말 잘해줬기에
쉽사리 헤어지지 못했던 것 같다.




304

그러다 남자 친구에 의해 1주일 정도 방에 갇혀 있게 되었다.
그 결과 그녀는 감정을 조절할 수 없는 상태에 빠졌다.
물론 소꿉친구는 범죄니까 경찰에 신고하자고 말했다.

이 말을 듣고 또 다시 충격적인 사실이 또 하나 알게되었다.

무려 그녀의 부모님이 그걸 거절했다고 한다.
거기다 그녀가 집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명령까지 내렸다고.




305

....우와...이건 심한데...




307

결국 그녀의 정신적 이상은 전부 그녀의 부모님이 만들어낸 건가.





308

소꿉친구가 두번째 애인이랑 담판을 봐서
어떻게든 헤어지게 했지만, 결국 그녀는 집에 틀어박히게 됐어.




311

그 말을 듣고 충격 떄문에 한동안 말을 못했다.
그러다 간신히 그동안 신경 쓰였던 것을 물어보았다.

나 [그러니까 그녀만 숙부네 집에서 살고 있는 겁니까?
     일하지 않고 있는 것도 당신들 명령 때문인가요?]

부모 [그애는 우리 말을 듣지 않습니다. 집에 있으면 소리만 지르고...]

안된다. 이 사람들....진짜 사람을 죽이고 싶다고 생각한 건 처음이다.





312

학창시절 괴롭힘을 당한 끝에,
상습 폭행에 감금으로
결국 감정 조절 능력을 상실한데다
부모님에겐 세상 사람들 보기 부끄럽다며 버려진 상태.
그녀가 너무 불쌍하다.





313

이쯤에서 집에 돌아왔어.
한번 머리를 차갑게 하고 싶어서.
그리고 다시 돌아가 이야기를 재개했다.





314

3명째 애인은 나렁 닮은 분위기를 가진 사람으로
그녀의 언동이 무서워서 바로 헤어졌다는 것 같다.
집주소도 모르고, 휴대폰 번호도 곧바로 바꿔버려서
결국 연락을 할 수 없게 됐다고.





316

그래서 자기를 버리고 가지 말라고 한 거구나...
하아...불쌍하게도....





317

자기 딸을 보고 부끄럽다니....
나라면 한바탕 날뛰었을 텐데.





319

뭐야, 이건
제 아무리 그녀가 자신을 개선하고 싶어도
이런 부모 밑에서라면 절대 무리다.





320

소꿉친구 이야기를 들어보니,
과거의 그녀는 매우 밝고 배려심이 많았다고 해.
소꿉친구가 초등학교때 전학 왔을 때도
가장 먼저 손을 내밀어 친구가 됐다느 것 같다.
고등학교때 괴롭힘을 당한 이유도 친구를 감싼 것 때문이래.
그래도 소꿉친구 앞에서 웃음을 잊는 법이 없었다고 했어.





323

그 좋은 아가씨를 엉망으로 만든 게
그 부모인가...정말 망할 인간들이네.





326

그녀와 같은 상황이라면 나도 정신이 이상해졌을 거야.





327

그 이야기를 듣자 너무나 분한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친부모에게 이런 취급이나 당하고 있다 생각하니.
울음을 참을 수 없었다.

사장님이 내 어깨를 도닥여 줬지만, 너무 분해서 아무 말도 못했다.
글을 쓰는 지금도 울고 싶다.





330

그때 깨달았다.

[아, 나는 아직도 그녀를 좋아해.]

소꿉친구도 울면서 말했다.

[난 이제 참을 수가 없어요. 이런 부모 밑에서 그애가 고생하는걸.]

사모님도 울었다.
사장님이 큰소리로 화를 냈다.




339

사장님이 탁자를 쾅하고 내려쳤다.

사장님 [당신들! 여기 xx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나 알아?!
           이녀석은 말야, 어려서 부모님을 여의는 괴로움을 당했어.
           하지만 여기 있는 안사람이랑 xx를 내 자식처럼 여기며
           사랑을 쏟아왔기에 엇나가는 법 없이 바르게 살아가고 있어.
           헌데 친부모란 사람들이 친자식을 사랑하지 않고
           대체 무슨 말도 안되는 짓을 하고 있는 거야!!]

사장님, 감사합니다.
평생 잊지 않겠어요.




341

사장님이 너무 멋있어서 울었다.




342

사장님.....





343

난 남자지만...사장님에게라면...





346

사장님 말 생각했더니 또 눈물이 흘러. ww




347

힘내라!!!




348

기운내!!!





349

그리하여 우리가 그녀를 병원에 데려가도 좋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난 계속 울고 있었기 때문에, 전부 사장님이 해줬지만. w




357

....조금 눈앞이 흐린데....




358

그녀의 부모님의 집으로 돌아갔다.
사장님이 나한테,

[너는 바보다. 진짜 바보야. 네 아버지랑 똑같아. ww]

이렇게 말하셨다.




361

사장님 [각오는 되있냐? 힘들거야. 일도 확실히 부려먹을 거고.
           하지만 네 뒤에는 우리가 있다는 걸 잊지마.]

조금 미적지근 부분도 있었지만, 사장님 말에 결심이 섰다.
세상 사람들이 보기엔 어설픈 동정심으로 보일지도 모르고,
엄청난 바보짓으로 보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그녀를 구하고 싶다.




362

>>361

넌 진짜 좋은 놈이야....





363

우선 소꿉친구가 그녀한테 연락을 했다.
나에 대한 건 숨긴 채, 지금부터 만날 수 있겠냐고.
그래서 소꿉친구랑 그녀를 만나러 갔다.





364

넌 바보가 아냐.
적어도 우리는 너와 같은 마음이야.




365

그게 네가 결정한 일이라면...돌격해라!!




366

세상에 널 바보취급하는 녀석이 있다면 내가 쳐부셔줄께.




368

>>366

나도 힘을 보태주마!!




369

그녀는 굉장히 놀란 것 같았다.

여러가지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결국 꼭 껴안는 것 외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378

꼭 껴안은채 이전에 사겼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며 부모에 대한 이야기
아팠던 이야기, 괴로웠던 이야기를 거듭했다.
같이 병원에 가보잔 이야기를 하는 도중,
그녀가 미안하다며, 고맙다며 웃었다.
그것은 갑자기 이상해진 그녀가 아닌 처음 만났을 때의 그녀였다.





381

결국 꼭 껴안는 것 외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넌 이미 천마디, 만마디의 이야기를 한 거야.





384

그동안 그녀가 내보였던 이상은 말끔히 사라진 것처럼 보인다.
그래도 병원에 가서 상담이든 뭐든 할 수 있는 걸 해볼 생각이다.
이상 참견을 좋아하는 바보의 이야기였어.

모두들, 들어줘서 고마워.




387

사랑을 보여줘서 고마워요.




390

수고했어.
정말 수고했어.
눈물 때문에 모니터가 안보여.




392

난 이런 사랑을 해볼 수 있을까...




396

앞으로도 행복하게 살아라!!!




397

누구는 사랑이 없는 시대라고 말하지만....
난 감히 말하겠어.
사람은 역시 사랑을 하는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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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노꼴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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