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909번째 포효 

 

​저도 길게 적고 싶은데, 글재주가 없어 그러지 못해서 미안해요.

한동안 SNS를 끊고 살았었어요. 근데 며칠 전에 동생이 이거 너 아니냐, 라고 웃으면서 뭘 보여주더라구요.

긴 글이었고, 재미있는 글이라고 생각했고, 뭔가 익숙했어요.

잘생기지 않은 외모, 하늘색 모자, 꾸벅, 카페모카.

 

어쩌면 김치국일지도 몰라요. 옆에서 호들갑 떠니까 저도 모르게 이것저것 썰어넣고 보글보글 끓이는.

그래서 사실 엄청 망설였어요. 민망한 일이 생길까봐. 

 

근데 제가 자주 다니던, 그 카페에 계셨던 분이 적은 글일까봐, 민망함을 무릅쓰고 제보 보내요.

제보가 처음이라 약관...?같이 긴 부분들을 읽어봤는데, 여러가지 면에서 사람을 찾는 듯한 뉘앙스는 안되는 것 같더라구요.

그렇다고 실명을 밝히기엔(제가 생각하는 분과 맞는 분이든 아니든)제가 너무 민망할 것 같구요.

그래서 익명으로나마 짧은 답장을 보내고 싶어요. 

익숙치 않아서 규칙에 위배되는 부분이 있다면 올라가지 않겠지만, 일단 적어보내봐요.

 

저는 그 브랜드의 카페를 좋아해요. 친숙한 느낌이거든요! 커피를 잘 몰라서 달달한 것만 골라서 마셔요.

그러다가 정착한 게 카페 모카예요. 초코 많이 넣어주신 거 정말 감사했습니다. 실제로 속이 너무 쓰려서 두 잔 마신 거였어요.

제가 거의 첫손님으로 찾아가는 느낌이라, 그냥 혹시나 제가 귀찮게 하는 부분이 있을까봐 조심스러웠어요.

실제로 조금 피곤해 보이시기도 했구요.

 

영화는 그냥 아무거나 전부 봤어요. 가리지 않고 다 좋아하거든요.

읽던 책은 '13계단'이라는 다카노 가즈아키의 소설이에요. 근처 중고 매장에서 샀어요.

그리고 걱정..?해주신 대로 밥을 잘 안먹었어요 그때는. 귀찮아서 그냥 아침에 커피 한 잔,점시에 커피 두 잔. 

보신 대로 잘생기진 않았고, 약간 소심한 것 같네요. 그래서 친절한 인사에 제대로 대꾸하지 못했고, 조금 큰 종소리에도 죄송하다고 했어요.

 

그리고 오늘 밤 비행기를 타요. 유럽으로 한 달이 조금 안되게 여행을 가거든요. 

고등학교부터 대학교, 군대까지 너무 쉬지 않고 달린 것 같아서 여유를 가져보고 싶었어요.

하필이면 이런 타이밍에 가네요. 될 사람은 된다더니, 전 안 될 사람인가 싶기도 하고. 

사실 서글서글한 눈웃음이, 커피를 건낼 때 조금씩 스치던 손이, 씩씩하면서 상냥한 목소리가 너무 좋았어요.

근데 보시다시피 제가 적극적이지 못한 탓에. 그리고 조금 더 사실은 '어떻게 나 같은 애가 저런 분을'이라는 생각까지 했어요.

 

민망하고 쑥스럽고 미안해서. 그리고 고마워요. 좋게 봐주셔서.

이 다음에 적을말은 지울까 말까를 정말 한참을 고민했는데, 이왕 쓴 거 그냥 적어서 보낼게요.

 

10월 마지막 주에, 저는 내내 그 카페에서 있을 생각이에요.

운이 좋다면 이 글을 보실테고, 조금 더 운이 따라준다면 아직 제가 밀려갈 수 있겠죠.

카페모카 말고, 좋아하시는 커피 사드리고 싶어요. 

여름의 끝자락에서 절 기다리셨듯이, 이번에는 제가 기다릴게요. 겨울의 초입새에서.

Posted by 노꼴甲
,

1 :이하, 무명을 대신해 VIP가 보내드립니다[]:2009/08/25(火) 09:14:33.30 ID:9k1Z+XoP0 
남들보다 약간 늦게 휴가로 친가에 갔다오니,

옛날 일이 떠올랐습니다.

친구・지인에게는 얘기할 수 없어서,

여기에 담담하게 써봅니다.



2 :이하, 무명을 대신해 VIP가 보내드립니다[sage]:2009/08/25(火) 09:15:11.50 ID:0sIbiufL0 
필요 없어요




4 :이하, 무명을 대신해 VIP가 보내드립니다[]:2009/08/25(火) 09:17:06.23 ID:kgfbKzUT0 
뭐야,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1의 바보~

 

5 :이하, 무명을 대신해 VIP가 보내드립니다[]:2009/08/25(火) 09:19:54.22 ID:9k1Z+XoP0 

이제 곧 초등학교 3학년이 되는 봄방학.

주택단지에 살던 나는, 평소처럼 단지 한 가운데에 있는

조그만한 공원에서, 근처 친구하고 놀고 있었다.



봄은 이사철이라, 그 날도 여기저기에

이사 트럭이 주차해있었고, 바쁘게 짐을 나르고 있었다.

단지에서는, 매년 보는 풍경이기도 했다.




11 :1[]:2009/08/25(火) 09:27:23.99 ID:9k1Z+XoP0 

공원의 정글짐에 올라가서, 그런 풍경을 바라보고 있으니,

문득, 한 대의 이사 트럭 옆에, 작은 여자애 한 명이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인형을 안으면서, 바쁘게 움직이는 이사업자 분들이나 부모님 같은

분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애가 눈에 들어온 것은, 아무래도, 내 주변에는 없던 타입였기때문이다.

내 고향은 시골로, 어린 애라고 하면 T셔츠에 반바지, 미니스커트로

적당히 움직이기 쉬운 옷뿐이여서 그랬는지,

그 애는 그야말로 다른 곳에 갈 것 같은 꽃무늬 원피스로,

약간의 곱슬이 있는 갈색 머리는, 귀여운 리본까지 끼워져 있어서,

그야말로 만화에 나올만한 여자애였다.




13 :1[]:2009/08/25(火) 09:32:48.70 ID:9k1Z+XoP0 

멍하니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그 애의 불안한 모습을 약간 느낄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나도 이사해왔을 때는 너무 낯설어서,

친구도 없었고, 마음이 좁아졌었지, 라고 생각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애한테 말을 걸만한 일도 없이.


밑에서 친구가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 그 애를 잊고 정글짐에서 내려갔다.




16 :1[]:2009/08/25(火) 09:40:12.63 ID:9k1Z+XoP0 
신학기가 시작해서, 나는 3학년이 됐다.

인생 첫 반 배정도 있었고, 음 3분의 1은 전하고 같은 녀석이고,

거기까지 우울해질 일도 없었다.

여전히 공부도 그저그랬고 놀고 지내는 걸 매일.

딱히, 하교 중에 딴 길로 새는게 즐거워서, 

하교할 때는 등교할 때보다 3배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그런 4월 마지막 어느 날.

평소처럼 나는 하교 중에 친구집을 들렸다가 가기 위해

평소에는 지나지 않는 등하교 코스를 걷고 있었다.


다니는 사람도 적고, 한하가고 고요한 주택가.

그 좁은 길 옆에서, 여자애가 주저 앉아 울고 있었다.




20 :1[]:2009/08/25(火) 09:50:11.26 ID:9k1Z+XoP0 

그 애는 봄방학 때 봤던, 이사해온 여자애였다.

그 뒤에도 몇 번 봤지만, 단지 이외에서는 처음였다.

초등학교 가방에 달린 커버로, 그녀가 1학년이라는 것을 알았다.


3학년이나 되면, 약간의 선배 의식이라고 해야되나,

오빠다운 기분도 나기 시작한다.

상대가 1학년이라면, 더욱 더 그렇다.

난 울고 있는 그 애의 옆에 다가가 마찬가지로 주저 앉았다.

"너, ○○ 단지의 애지? 무슨 일이야?"

여자애는 펄떡 고개를 들어, 나를 쳐다봤다.

순간, 더욱 뚝뚝하고 눈물이 떨어진다

"왜 그래? 괜찮아?"

상대를 자극하지 않게, 가능한 부드럽게 물어봤다.

"........집이, 어딘지 모르게, 됐어"

그녀는 어떻게든 그 말만 하고는, 또 다시 엉엉 울기 시작했다. 



23 :1[]:2009/08/25(火) 09:55:58.07 ID:9k1Z+XoP0 

음 예상했던 대답이기도 했다.

시골 길은 여기저기 굽어있어서, 나도 1학년 때는 자주 헤맸었지.


"그럼, 데려다줄게."

"에?"


난 일어나서 울고 있던 여자애의 손을 잡았다.

여자애는 천천히였지만, 일어섰다.


"자, 집에 가자."

여자애는 말 없이 끄덕였다.

얘기해본 적도 없었던 여자애랑 갑자기 손을 잡다니,

어린 시절의 무대포한 기세라는 것은, 위대하다고 생각한다.





28 :1[]:2009/08/25(火) 10:04:20.35 ID:9k1Z+XoP0 

그렇다고 해도, 신경 써서 여자애한테 말 거는 스킬은 당연 없다.

그대로 조용히 단지에 걸어갔다.

여자애도 말 없이 걸었다.


단지가 가까워지자, 그 입구에서 두리번두리번 주변을 둘러보는 여자가 있었다.


"아, 엄마!"


그 사람은 여자애의 어머니였나보다.

딸의 귀가 시간이 늦어져서 걱정이 되서 나왔던 거겠지.

여자애는 내 손을 놓고, 어머니한테 달려갔다.


여자애는 어머니한테 안겨, 한 차례 운 뒤,

이 쪽을 돌아보더니 나를 가리켰다.

어머니가 꾸벅하고 고개를 숙이면서, 나한테 다가왔다.

어른인 사람이 고개를 숙이다는건 처음이였던 나는

왠지 혼란스러움과 어색함 때문에, 그 자리를 달려서 도망치고 말았다.




31 :1[]:2009/08/25(火) 10:12:44.70 ID:9k1Z+XoP0 

그 날 밤, 집에 여자애와 어머니가 찾아왔다.

의리 있으신 어머니였다. 일부러 내가 어느 집의

아이인지 묻고 오신 모양였다.


난 엄마한테 무리하게 현관까지 불려, 어머니한테서 보답의 케익을 받았다.

여자애는 계속 어머니의 발에 안긴채, 

힐끔힐끔하며 나와 어머니를 교대로 바라봤다.

난 기쁨이라든지 자랑스럽다든지 그런 기분은 전혀 아니라,

그냥 얼른 자기 방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모녀가 돌아간 다음, 엄마한테 칭찬 받은 건 나쁘지 않았다.


"카코(香子)짱은 1학년으로, 이 쪽에 막 왔으니깐, 앞으로도 도와줘야된다?"

"응"

그렇구나 『카코짱』이라고 하는 구나.  이름도 몰랐다.

그런 걸 떠올리면서 먹은 케익은 맛있었다.



33 :1[]:2009/08/25(火) 10:21:51.56 ID:9k1Z+XoP0 

얼마 안 있어 황금휴가기간에 들어섰다.

난 평소처럼 단지에서 놀면서도, 어딘가에서 카코의 모습을 찾았지만,

연휴 중에 그 모습을 볼 수는 없었다.


황금휴가기간이 끝나, 나른한 학교생활으로 또 되돌아왔다.

아침에, 기지개를 펴면서 집을 나서니, 공원 마중편의 지붕 밑에,

카코와 어머니가 있는 걸 봤다.

어머니가 무슨 말을 하자, 카코가 이 쪽으로 달려왔다.


뭐야뭐야 라고 생각하며 기다리고 있으니, 카코는 작은 주머니를 꺼냈다.



"이거"

"응? 주는 거야?"

카코가 끄덕이길래, 주머니를 받아 열어보니, 

안에서 나온 것은 복어의 열쇠고리가 나왔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할아버지의 집에 시모노세키(下関)에 있는 모양이다.


"선물."
"아...고마워."

물건을 받으면 인사를 한다. 이 정도는 어린 애라도 안다.

카코는 기쁜듯이 미소를 보여줬다.




34 :이하, 무명을 대신해 VIP가 보내드립니다[]:2009/08/25(火) 10:26:24.20 ID:kgfbKzUT0 
부자연스럽지 않나?


>>34 
죄송해요, GW 중에 카코가 시모노세키에 갔다왔다, 는 겁니다.





35 :1[]:2009/08/25(火) 10:28:30.40 ID:9k1Z+XoP0 

난 그대로 학교에 걸어간다.

그러자, 카코도 조금씩 따라온다. ....목적지가 같으니깐 당연하지만.


역시 등교 중에 손을 잡는다든지는 못 했지만,

냅두고 먼저 갈 수도 없어서, 걷는 속도를 그녀에게 맞췄다.


"학교 익숙해졌어?"

"..........응. 으응"

말이 뚜렷하지 못 한 대답였다.

이것도 나중에 안 거지만, 도심 애인 카코가 옷도 세련됐고,

외모까지 그야말로 인형처럼 귀여웠고 성격도 얌전해서,

반에서 약간 소외된 모양인 듯.

단지에도 동년배 애는 있었을 텐데, 같이 등교하는 모습을 본 적은 없었다.




40 :1[]:2009/08/25(火) 10:36:30.83 ID:9k1Z+XoP0 

카코로서는, 내가 이 쪽에 와서 첫 친구, 인 셈인거지.

그렇게 생각하니, 연하이기도 해서, 모른 척할 수는 없었다.


"공부 좋아해?"

공부를 싫어하는 내가 묻는 것도 이상하지만, 달리 화제도 없었다.

"국어랑 음악이 좋아"

"아~, 음악은 나도 좋아하는데"

리코더를 본격적으로 배우면서, 음악도 점점 귀찮아졌지만.

결국 그 등교 중에는, 학교 얘기만으로 끝난 기분이 든다. 

기억이 약간 흐리다.




42 :1[]:2009/08/25(火) 10:40:08.90 ID:9k1Z+XoP0 

그로부터, 등교할 때는 항상 카코가 쫓아오게 됐다.

내가 의식해서 시간을 맞춘 기억은 없으니, 상대가 이 쪽을 기다려준 거겠지.


단지에서 놀 때도, 가끔 다가와 말 없이 지켜보고 있어서,

이 쪽에서 불러 같이 놀았다.

그 때문인지, 단지에서도 서서히 친구가 는 모양였다.



43 :1[]:2009/08/25(火) 10:45:04.89 ID:9k1Z+XoP0 

저학년, 중학년 때는 그래도 좋았다.

하지만, 고학년에 들어가자, 상황은 바꼈다.


자전거가 생겨, 활동 범위가 넓어진 나는,

단지의 작은 공원에서 놀기보다, 운동장에 가서 축구를 하거나,

친구 집에서 게임을 하는 편이 재밌어졌다.

그리고, 여자애랑 노는 게 묘하게 부끄러워지기도 하는 나이이기도 했다.

난, 점점 방과후에 카코랑 노는 일이 적어졌다.




45 :1[]:2009/08/25(火) 10:50:52.22 ID:9k1Z+XoP0 

그래도, 일과가 된 함께 등교하는 것으 계속 됐다.

"코짱 있잖아, 어제 선생님이..."


방과후에 못 만나게 된 만큼, 등교 중인 카코는 말을 많이 했다.

어제 학교에서 있었던 일이나, 친구의 일을 자세히 얘기한다.

나는 "응"이라든지 "어어" 라고 말하면서, 적당히 흘려보냈다.

솔직히, 그것도 조금 귀찮아진 거겠지.


그리고, 등교 중인 반 친구를 만나버렸을 때,

놀림 받는게 엄청 싫었다.

"야~ 코스케, 오늘도 여자랑 사이좋게 등교냐? ㅋㅋ"

"시끄러!"

 
애초에, 여자랑 있는 걸 놀리는 녀석이

먼저 여자친구를 만들거나 하는 법이지만, 그건 더 나중 일.

애에게 있어서, 중요한 것은 지금였다.




48 :1[]:2009/08/25(火) 10:57:55.28 ID:9k1Z+XoP0 

6학년이 된지 얼마 안 된 어느 날.

나는, 자전거로 마중 나온 친구와 같이, 운동장에 축구를 하러갈 때였다.

자전거를 타서, 좋아 출발, 이라고 했을 때였다.

"코짱!"

보니, 카코가 새 자전거를 타고 왔다.

그러고 보니, 봄방학에 사주셨다고 했었다.


"........무슨 일이야"

"나도, 축구 보러 가도 되?"

카코로서는, 자전거를 받았으니 드디어 단지 밖에도 따라 올 수 있다,

그런 기분였던 거겠지.

하지만,



"오, 코스케 좋겠네, 여자친구도 같이라니ㅋ"

"휴~ 휴~ !"

나쁜 친구들이 놀리는 게, 엄청 부끄러웠다.

그 마음을, 카코한테 부딪혔다.


"안 돼, 따라오지마"

"어? 왜? 보기만 할게 방해 안 하고"


신기하듯이 말하는 카코. 그리도 더욱 심하게 놀리는 친구들.

"안 된다고 하면 안 돼! 여자는 따라오지마! 있는 것만으로도 방해야!"




49 :1[]:2009/08/25(火) 11:01:16.13 ID:9k1Z+XoP0 

내 무서운 얼굴에 놀랬는지, 카코의 큰 눈은 더욱 커지고, 굳어졌다.

상관하지 않고 나는, 자전거를 몰기 시작한다.

"야, 가자!"

서둘러, 친구 두 명도 따라온다.

"코스케 괜찮아? 그런 소리 해서"

맘껏 놀린 주제에, 걱정스럽게 말하는 친구.

"괜찮아, 말하지 않으면 모른단말이야 저 녀석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나는 약간 신경 쓰여서, 단지를 나가기 전에 돌아봤다.

멀리서 잘 안 보였지만, 카코는 울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50 :이하, 무명을 대신해 VIP가 보내드립니다[]:2009/08/25(火) 11:02:42.18 ID:ySK/OHUe0 
>>1군 저질


>>50 

정말, 저질였습니다… 




51 :이하, 무명을 대신해 VIP가 보내드립니다[]:2009/08/25(火) 11:04:17.40 ID:kgfbKzUT0 
하지만 이런 건 있는 법이지


>>51 

의지때문인지, 솔직하게 사과하지 못 하는 법이죠, 애라는 건.




52 :1[]:2009/08/25(火) 11:06:13.77 ID:9k1Z+XoP0 

다음 날, 카코는 등교할 때 나타나지 않았다.

나는 개운하다, 고 생각하면서도 어딘가에서 후회도 하고 있었다.

라곤 해도, 사과할만큼 솔직하지도 않았다. 

남자 초등학생이란 고집불통인거다.


다음 날만이 아닐, 그로부터, 초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카코랑 같이 등교하는 일은 없었다.

혼자서 등교하면서, 나는 카코한테 상처를 줘버렸다는 것을 알았다.

앞으로도 몇 번이나 나는 카코한테 상처를 주게 되지만,


이게 그 첫 번째였다.




53 :1[]:2009/08/25(火) 11:11:02.17 ID:9k1Z+XoP0 

중학교에 들어가서, 난 축구부에 들어갔다.

축구는 좋아하고, 달리는 것도 좋아했지만

하도 못 해서 만년후보였다.

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으니깐...



부활이 시작하자, 초등학생 시절하고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바쁘다.

집에 가는 건 7시 정도였고, 시험 공부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초등학생 시절에는 같이 등교하지 않아도, 단지나 편의점에서

가끔 카코랑 만나는 일이 있었지만, 중학교에 들어가자

거의 만날 일도 없었다.


음, 어렸을 때의 여자친구들이란 그런 법이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나는 역시, 어딘가 외롭다는 마음을 품고 있었다.





55 :1[]:2009/08/25(火) 11:18:00.26 ID:9k1Z+XoP0 

중1도 끝날 무렵인, 2월.

나는 부활이 끝나자, WJ를 사려고 편의점에 들렸다.

물건을 사고, 편의점을 나온 그 때.

"코짱"

돌아보니, 카코가 서있었다.

오랜만에 본 카코는, 이미 어린 애가 아니라,

손발도 자랐고, 머리는 포니테일였다. 가슴은 아직 없다.


"오랜만이네ㅋ"

나는 오랜만에 만난 동요함을 숨기고, 최대한 평범하게 인사했다.



"응, 오랜만ㅋ 교복 어울리네"

그러고 보니, 교복 입고 만나는 것도 처음였던 것 같다.




57 :1[]:2009/08/25(火) 11:24:56.54 ID:9k1Z+XoP0 

"중학교 어때? 재밌어?"

"음 그저그러려나. 부활은 힘들지만, 재밌어"

"축구부지?"

"어어"

돌아가는 길은 같아서, 걸으면서 얘기했다.


"그러고 보니, 이렇게 늦게 혼자서 편의점이라니, 위험하잖아"

"아, 응, 약간 재료가 모자라서..."

말하면서, 카코는 아차, 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재료? 무슨 재료야ㅋ"

물어보면서도, 사실은 나도 알고 있었다.

이제 곧 발렌타인데이

초등학생 시절, 카코는 시판 쵸로를 나한테도 줬지만,

드디어 수제로 주고 싶어지는 남자도 생긴거겠지.


"에헤헤, 비밀이야ㅋ"

웃는 카코를 보면서, 왠지 감개 깊은 기분이 들었다.

동시에, 약간 외롭기도 했다.





58 :이하, 무명을 대신해 VIP가 보내드립니다[]:2009/08/25(火) 11:29:54.14 ID:ewVlDIR+0 
뭐야
뭐냐고
부러워



59 :1[]:2009/08/25(火) 11:30:28.76 ID:9k1Z+XoP0 

몇일 뒤, 1년 중 남자가 제일 두근두근하는 날, 발렌타인 데이

나도 빠짐 없이 두근두근했지만, 결국 학교에서는 아무한테도 못 받고

외롭게 귀갓길을 서둘렀다.

집에 돌아와보니, 내 책상 위에, 이쁘게 포장된 쵸코같은 물건이 놓여있었다.

처음에는 엄마인 줄 알았지만, 이렇게 손을 썼을리는 없다.

"엄마, 이거 뭐야?"

나는 쵸코 같은 물건을 들고 거실에 가서, 엄마한테 물었다.

"아아 그거, 저녁에 카코짱이 가져와준거야"


그것만 듣고 나는 서둘러 방으로 돌아왔다.

카코가? 왜? 한 동안 못 만났는데도 ? ?





60 :1[]:2009/08/25(火) 11:33:51.04 ID:9k1Z+XoP0 

천천히 포장을 열어보니, 수제 쵸코와 함께 작은 카드가 들어있었다.



『처음으로 직접 만들었습니다. 맛있지 않으면 미안. 카코』 

난 둥근 쵸코를 입에 넣어보니, 약간 쓴맛도 났지만 충분히 맛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둥근 형태는, 축구공였을 지도 모르겠다.

왠지 무늬 같은 선도 붙어 있었고.





63 :1[]:2009/08/25(火) 11:36:55.04 ID:9k1Z+XoP0 

곧장 전화라도 해서 고맙다고 했으면 좋았을텐데, 

쑥쓰러워서 그것도 못 했다.

아마, 어렸을 적의 연정으로 준 거겠지. 그 정도로 생각했다.


하지만 음, 정말 그대로 만날 일 없이.

화이트 데이의 보답 같은 마음 쓴 일도 안 하고.

어느 새 중1이 끝나, 2학년이 됐다.




64 :이하, 무명을 대신해 VIP가 보내드립니다[]:2009/08/25(火) 11:37:52.58 ID:1cqruJDHO 
코짱한테 질투



69 :1[]:2009/08/25(火) 11:41:10.70 ID:9k1Z+XoP0 

중이병이라는 것은 아주 좋은 표현이기도 하다.

반에서는, 1학년 때와 비교해, 좋기도 나쁘기도 개성이 늘었다.

불량스러운 녀석은, 더욱 무개념한 모습으로.

공부 잘하는 녀석은, 더욱 공부 스타일로.

그리고, 현실에 충실한 녀석은, 보다 세련스러움이 늘어,

멋있어졌다.



그 어느거에도 해당되지 않는 나는,

학교에서는 축구부, 집에서는 만화를 보거나 게임을 하거나

하며 비교적 노멀 (약간 오타쿠) 한 중2였다.






72 :1[]:2009/08/25(火) 11:46:24.34 ID:9k1Z+XoP0 

노멀한 것은 어째서냐면, 여자애한테 흥미가 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축구도 못 하고 평범한 얼굴인 나에게 들뜰만한 일은 없다.


축구부에서 인기 있는 건 정규 멤버들이고,

큰 이벤트인 수학여행 때도, 남자친구들이랑 바보 같이 놀면서 끝났다.


그러던 중, 2학년 겨울 방학 끝나기 직전.

제일 사이가 좋았떤 축구부 친구 S에게, 여자친구가 생겼다.

그렇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나를 놀렸던 녀석이다.





74 :1[]:2009/08/25(火) 11:55:04.08 ID:9k1Z+XoP0 

상대는, 같은 반의 테니스부 애로, 꽤 귀여웠다.

부활이 끝나고 집에 가는 길에 그거에 대해 S한테 듣고, 나는 내심 놀랬다.


"진짜로? 고백했어?"

"아, 그건 그 쪽이ㅋ"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S가 괜히 미웠다.

그렇다고 해도, 친한 녀석한테 여자친구가 생긴건 처음인지라,

쇼크라기보다는 리얼라고 해야되나, 뭐라고 말도 못 할 기분이 되버렸다.


"배 신 자~~~"


S를 철썩 철썩 때리느 ㄴ나.

"뭐야, 너도 사이 좋은 여자애 있었잖아"

S가 말하는 건, 틀림 없이 카코 얘기다.






76 :1[]:2009/08/25(火) 11:56:19.09 ID:9k1Z+XoP0 

"어라, 어떻게 됐어?'

"아니 카코는...그냥, 근처 친구니깐"

거짓말도 뭐도 아니다. 연하의 여자인 친구, 라는 것뿐이고,

그 이상은 아무것도 아니다, 우리들은.

"후응~........그래도, 그 애는 절대로 널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

그럼 왜 그렇게 놀리냐고, 라고는 말 못 했다.


그리고 실제로, 내 자신이 카코한테 연애감정처럼 분명하지 않았다.

어찌 됐든, 상대는 아직 초등학생였고. 그럴 대상은 아닌 것 같았다.

단지, 소중한 존재였다고 생각 된다.

그 이상 그 얘기는 계속되지 않고

나랑 S는 적당히 얘기하다 집에 갔다.




78 :1[]:2009/08/25(火) 11:59:51.09 ID:9k1Z+XoP0 

겨울 방학이 끝나, 1월이 지나, 2월.

나는 작년의 일을 떠올리면서, 왠지 모르게 또 쵸코 받을려나~

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여전히 카코랑 만나는 일은 적었지만,

작년의 발렌타인 이후로, 가끔 만났을 때에는

담소 나눌 수 있을 정도의 사이로 돌아갔었다. 

그리고 발렌타인 당일.

여전히 학교에서는 전멸였지만, 나는 내심 두근거리면서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방의 책상 위를 본다!

..........아무것도, 없었다.





80 :이하, 무명을 대신해 VIP가 보내드립니다[sage]:2009/08/25(火) 12:03:31.62 ID:QIlH57XN0 
부러워・・・ 



81 :1[]:2009/08/25(火) 12:04:57.98 ID:9k1Z+XoP0 
그 때, 거실에서 엄마가 나를 부른다.

"코스케, 전화!"

S가 쵸코를 받았다고 자랑이라도 하려나라고 생각하면서,

엄마한테서 수화기를 받았다.

"여보세요?"
"아, 코짱? 카코입니다."

그 순간 심장의 기동이 빨라진다.

그렇다면 먼저 말하라고, 라고 생각하면서 엄마를 보니

히죽히죽 웃으면서 나를 보고 있었다.

"아, 응, 오랜만. 무슨 일이야?"

왠지, 대화할 때마다 오랜만이라고 말한 기분이 든다.


"지금, 잠깐 중앙공원에 나올 수 있어?"

"어어, 괜찮은데"

"그럼, 와줘, 나도 곧 갈거니깐!"

전화는 일방적으로 끊겼다.




86 :1[]:2009/08/25(火) 12:10:13.23 ID:9k1Z+XoP0 

밖에 나가자 바로, 단지 중앙공원에 있는 카코가 보였다.

"안녕"

카코는 또 약간 키가 자란 것 같았다. 오늘은 긴 머리를 내리고 있다.

어렸을 때와 비교해, 머리의 곱슬이 없어진 것 같았다.

"오. 전화, 타이밍 좋았네. 지금 막 돌아온 참인데."

"실은, 집에서 코짱 방에 불 들어오는 걸 보고 있었어ㅋ"


그렇군, 확실히 마중편 집이니깐, 그런 것도 가능하군.


"이거"


카코는 머뭇머뭇거리며 손에 든 종이봉투를 꺼냈다.

안에는 작년하고 마찬가지로, 쵸코다운 물건이 포장되어 있었다.

"고마워"

이번에는 제대로 고맙다고 인사했다.



89 :1[]:2009/08/25(火) 12:13:02.73 ID:9k1Z+XoP0 

"작년에는 직접 주지도 못 해서, 미안"

"아, 아니...나도, 고맙다고도 하지 못 해서, 미안했어"


왠지, 서로 사과하고 있다.

"올해는 작년보다 잘 만들어졌는데..."

"아니, 작년에도 맛있었어ㅋ"

"정말? 다행이다ㅋㅋ"


1년만에 작년 쵸코의 감상에 대해 얘기했다.

이렇게 가까이 살고 있는데도.




94 :1[]:2009/08/25(火) 12:17:07.61 ID:9k1Z+XoP0 

"4월부터, 중학생이 된다"

"알어ㅋㅋ"

"1년뿐이지만, 또 같은 학교 다니겠네ㅋ"

카코는 순진하게 얘기했다.

"그러게, 기대되네"

나도 초등학생 때보다 조금은 성장했는지, 솔직하게 대답할 수 있었다.


"........있잖아, 4월부터, 또 전처럼, 같이 학교 가줄 수 있어?"

"어?"

"가끔이라도 좋으니깐"

밤의 어두움때문인지 잘은 모르겠지만,

카코의 뺨이, 약간 붉어진 것 같았다.




97 :1[]:2009/08/25(火) 12:19:55.49 ID:9k1Z+XoP0 

"나, 아침 훈련도 있으니깐, 정말로 가끔인데 ?"

"응! 가끔이라도 좋아.....고마워"

긴장된 표정였던 카코는 드디어 미소졌다.

"그럼, 갈게!"

"응"


기세로 텐션이 높아졌는지,

카코는 그대로 달려서 집으로 돌아갔다.





100 :1[]:2009/08/25(火) 12:26:20.50 ID:9k1Z+XoP0 
중3 봄.

나는, 평소의 진급과는 다른 기분으로 맞이하고 있었다.

카코는 세일러 복이 잘 어울렸다.

나는 아침 훈련이 있어서, 말했던 것처럼 자주 같이 등교는 못 했지만,

가끔 같이 갔을 때는, 학교 얘기를 잘 했다.

카코도 초등학교 1학년 때와는 달리, 친구도 많이 생겼고

브라스 밴드부에 들어가서, 부활도 열심히 했다.


얼마 안 있어 나는 마지막 대회가 끝나, 축구부를 은퇴하게 됐다.

결국 3학년까지 스타팅 멤버로 뽑힐 일은 없었지만

마지막 대회에서는 도중 출장으로 시합에라도 나갈 수 있어서

만족했다.



101 :1[]:2009/08/25(火) 12:32:36.51 ID:9k1Z+XoP0 

그로부터 수험공부의 나날이 시작됐다.


"공부, 힘들어?"

"글쎄다"

나는 은퇴한 뒤 카코랑 같이 등교할 기회가 늘었다.

매일은 아니지만, 주에 두 세번 정도.

"수험은 어떤 느낌이려나"

애매하게 실감이 안 든다는 얼굴을 하는 카코지만

실은 카코는 꽤나 성적이 좋아서, 이 지구에서 제일의

공립진학교인 ○○고를 노리는 건 틀림 없었다.

그리고 나는, 어떤 결심을 하고 있었다.


"나, ○○고 노릴거야"

"정말? 거기, 어려운데지?"

"응. 그래도, 해볼래"


내 성적은 중간이라, 확실히 말해 ○○는 상당히 어렵다.

그래도, 해볼 생각으로 있었다.

오직1년, 또 카코랑 같은 학교를 다니기 위해.



105 :1[]:2009/08/25(火) 12:36:23.48 ID:9k1Z+XoP0 

그로부터 수험까지는 그야말로 공부의 나날였다.

지금까지 다녀본 적 없었떤 "학원" 이라는 것도 다녔고,

여름 방학에도 뭐가 방학이냐 라는 정도로 공부했다.


뭔가 목표가 있다는 건 꽤 중요한 듯.

겨울이 되자 내 성적은, 선생님도 놀랄 정도로 올랐다.

S는, 그런 나를 보면서

"그야말로 요코시마(横島)군이야. 번뇌 파워야ㅋ"

라며 웃고 있었다.

참고로 녀석은, 그런 나보다 성적이 위인게 마음에 안 들었다.






107 :1[]:2009/08/25(火) 12:39:14.92 ID:9k1Z+XoP0 

수험공부로 바빠서, 나랑 카코는 이 1년간

등교할 때말고는 얘기할 일이 없었다.

하지만, 그래도 좋았다. 나한테는 충분히 힘이 됐다.

그리고 그 때가 되서, 나는 카코한테는

연애감정은 없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마음 먹었다.


단지, 또, 이렇게 같이 얘기할 수 있다면 좋겠다.

라고 생각해서, 공부에 몰두하고 있었다.



109 :1[]:2009/08/25(火) 12:42:17.88 ID:9k1Z+XoP0 

봄이 와서, 수험이 끝나

그리고, 합격발표일이 다가왔다.


수험 전후부터, 카코는 수험의 얘기는 전혀 하지 않았다.

아마, 신경 써준거겠지.

확실히, 이 쪽의 정신은 이상할 정도로 날카로웠고,

발표까지 전혀 제정신이 아녔다.


발표 일, 나는 S와 같이 결과를 보러 갔다.




112 :1[]:2009/08/25(火) 12:45:52.85 ID:9k1Z+XoP0 

"오, 있다"

S는 쉽게 자기 번호를 찾았다.

음, 녀석의 실력이라면 당연한 결과다.


"그럼, 내것도 같이 찾아줘 ! 번호는 ...."

"아니, 그러니깐 있었다니깐. 내 것도, 니 것도ㅋ"


네?

나는 한 순간 상황이 파악이 되지 않았지만, 바로 제정신으로 돌아온다.

"진짜냐~~!! 어디야!"

"그러니깐, 저거ㅋㅋ"

웃으면서 S가 가리킨 곳에는, 확실히 내 번호가 있었다.

"있다! 아싸 ~~~~~~~~! ! ! !"

"잘 됐네ㅋ"


의외로 냉정한 S 옆에서, 나는 크게 만세를 외치고 있었다.





118 :1[]:2009/08/25(火) 12:51:16.28 ID:9k1Z+XoP0 

합격하면 바로 학교에 오라고 선생님이 말했지만,

그것보다 우선은 전화다.


S는 핸드폰으로 집에 전화했지만, 나는 가지고 있지 않아서

공중전화로 전화를 했다.


물론, 집은 아니다. 카코의 집이다.

약속도 하지 않았지만, 나는 어째서인지

카코가 집에서 기다려줄 것 같은 기분이 들었으니깐.


"네,  사사키(佐々木)입니다."

통화음이 한 번 울린 뒤, 전화를 받은 건 역시 카코였다.


"나, 코스케"

"코짱! ....그, 어떻게 됐어?"

"붙었어, 합격!"


나는 냉정하게 멋부리려고 했지만

텐션이 높아져서, 그렇게 할 수 없었다.


"정말!? 해냈네! 다행이네 ! !"

수화기 건너편의 카코의 텐션은 더 높았다.



121 :1[]:2009/08/25(火) 12:58:12.64 ID:9k1Z+XoP0 

그리고, 4월.

나는, 고등학생이 됐다.

교복은 그대로였지만, 여학생은 블레이져라서 귀여웠다.

"코짱, 부활은 어쩔 거야? 또 축구부?"

고등학교에 들어가자마자, 나랑 카코는 공원에서 얘기했다.

"음~, 뭐할지 고민하고 있는데. 아, 축구부에는 안 들어갈거야"

"어, 어째서?"

"나, 축구 센스 없나봐ㅋ 할바에는, 다른 것도 해보고 싶고"

참고로 우리 학교는 축구부의 인원도 많아서

중학교 때 스타팅멤버였던 S도 꽤나 정규 멤버가 못 됐을 정도였다.

"그럼, 브라스 하자ㅋ"

"브라밴드인가. 고등학교에서라도, 할 수 있을려나"

"괜찮아. 재밌을걸?"


방긋방긋 웃으며 얘기하는 카코에 끌려서,

그것도 나쁘지 않지, 라고 생각했다.

"그럼, 해볼까나"

"응, 해봐!"

먼저 가서 기다릴게, 라고는 말 못 했지만




122 :이하, 무명을 대신해 VIP가 보내드립니다[sage]:2009/08/25(火) 12:58:30.23 ID:wJzIkeocO 
이 카코짱은 어디서 살 수 있나요?



124 :이하, 무명을 대신해 VIP가 보내드립니다[sage]:2009/08/25(火) 13:00:46.00 ID:QIlH57XN0 
이 갸르게 제목 알려줘!



126 :1[]:2009/08/25(火) 13:02:33.64 ID:9k1Z+XoP0 

나는 브라스 밴드부에 들어갔지만, 처음에는 처참했다.

왠만한 사람들은 중학교 때부터, 아니면 초등학교 때부터

하던 부원들 뿐이라,

악보도 못 읽고 소리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던 건, 나 정도였다.

하지만, 축구부와 수험공부로 단련된 인내심 덕분에, 그만두지 않았다.

그리고, 왠지 리듬감이 좋아서, 파카션 담당이 됐다.

이게 의외로 재밌어서, 드럼셋트를 8비트정도까지라면 칠 수 있게 됐다.




130 :1[]:2009/08/25(火) 13:06:16.41 ID:9k1Z+XoP0 

매일 즐거운 부활과, 공부가 바빠서

나는 카코랑 꽤나 못 만났다.

하지만, 이건 중학교 때도 그래왔고, 어쩔 수 없지, 라고 생각했다.


고1의 1년간은 깜빡할 사이에 지났다.

이 해의 발렌타인은 서로 사정이 있어서,

결국 엄마가 맡아두게 되는 패턴였다.

하지만, 나도 보답하지 않으면 이라고 드디어 신경 써서

화이트데이에는 쿠키를 가져갔다.


공교롭게도, 카코는 없었지만, 어머니께서 맡아주셨다.




134 :1[]:2009/08/25(火) 13:11:40.79 ID:9k1Z+XoP0 

그 날 밤, 집 전화가 울렸다.

우연히 엄마가 없었으니깐, 내가 받았다.


"네"

"아, 코짱? 카코입니다. 쿠키 고마워 ! !"

한 번에 외치는 카코때문에, 귀가 약간 울렸다.

"아, 아아, 딱히 대단한 것도 아니라 미안하지만"

"그렇지 않아. 정말 기뻐! 고마워 ! !"

이렇게 기뻐할 줄 알았으면, 전부터 줬으면 좋았을 텐데.


"올해는, 드디어 고등학교 수험이네"

"응, 나도, ○○고등학교 목표로 힘낼거야ㅋ"

"카코라면 괜찮을 거야"


엄마 말로는, 카코의 성적이 학년 중에서도 톱클래스라고 듣고 있었다.

"기다릴게ㅋ"

이번에는, 말했다.

"열심히 할게요ㅋ"





137 :1[]:2009/08/25(火) 13:15:30.68 ID:9k1Z+XoP0 

2학년이 되도, 변함 없는 나날였지만,

수험으로 바쁜 카코와 만날 기회가 줄었다.

그래도, 그야말로 여동생을 걱정하는 오빠 같은 마음으로

시험의 요점이나 참고하면 좋을 참고서 같은 걸 알려줬다.


그런, 여름 방학이 다가오는 어느 날.

나는, 옆 반의 여자애에게, 불렸다.



139 :이하, 무명을 대신해 VIP가 보내드립니다[]:2009/08/25(火) 13:17:52.67 ID:2TjVc6t60 
아아아아아아아아


143 :1[]:2009/08/25(火) 13:19:31.74 ID:9k1Z+XoP0 

그 애는, 합창부의 T였다.

합창부는 같은 음악계의 부활이라, 교류도 있어서,

몇 번이나 얘기한 적도 있다.

짧은 머리의 예쁜 얼굴을 한 애였다.

"있잖아, 코스케군은 사귀는 애, 있어?"


방과후의 아무도 없는 계단에서, 이런 걸 물어왔다.

내 심장은 폭발직전까지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아니, 없는데..."

"그럼, 나랑 사귀자"

왠지, 기가 세고 스트레이트한 애였다.

그리고, 미인였다.

"응"

나는, 즉답했다.







149 :1[]:2009/08/25(火) 13:22:29.87 ID:9k1Z+XoP0 

카코의 일은 생각하지 않았다.

아니, 한 순간 머리를 뺐겼다.

하지만 그 때의 나는, 카코를 소중한 소중한 여동생 같은 존재로,

연애대상으로는 보지 않았다.

소꿉친구라는 건 그런 거지, 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동시에, 리얼로 여자친구가 있는 생활에도 동경하고 있었고

뭣보다 이렇게 예쁜 애가 고백해왔다는 사실에, 들떠있었다.


이렇게, 나와 T의 교제는 시작됐다.

 

 

 

출처 : https://expresso.tistory.com/

Posted by 노꼴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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